◈ 전일 아시아 증시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기술주 패닉 투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블랙 먼데이’를 연출해 한국 등 일부 시장에서 거래 중단 조치가 내려진데 이어 뉴욕증시 역시 매도세가 강해져 S&P 500 지수가 장중 한때 거의 2년래 최대폭인 4.3% 급락했다. 나스닥 100 지수도 장중 5% 넘게 빠졌고, 월가 공포지수인 VIX는 한때 집계가 시작된 1990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스파이크를 연출하며 2020년 3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JP모간 트레이딩 데스크는 시장이 전술적 저가 매수 기회에 다가서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빌 그로스는 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서 “오전 저점에서의 소폭 회복”에서 매수나 매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미국채 2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23bp 급락해 10년물을 2022년 7월래 처음으로 하회함에 따라 채권시장을 짓눌러왔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잠시나마 해소됐다.
이에 대해 Marlborough Investment Management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James Athey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섰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고, Campbell Harvey는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의 인하 개시 예상 시기를 당초 12월에서 9월로 앞당기고, 미국채 10년물 금리의 연말 목표치를 4.25%에서 3.75%로 낮췄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 채권시장, 1주일내 연준 긴급 인하 확률 60%
채권 트레이더들이 미국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 연준이 1주일 내에 긴급 비상회의를 열어 20여년래 최고 수준인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약 60%로 가격에 반영했다. 또는 9월과 11월 FOMC에서 각각 50bp씩 ‘빅스텝’ 인하를 포함해 연말까지 125bp 넘게 금리를 내릴 것으로 선물시장은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에 미국채 2년물 금리가 지난주 50bp 넘게 후퇴한 데 이어 월요일에도 장중 한때 23bp나 밀리며 작년 4월래 최저 수준인 3.65%를 기록했다. 작년 3월 은행위기 공포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인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닷컴버블 붕괴 이후 2년물 금리가 연준의 기준금리 대비 이만큼 낮았던 적은 없다.
Brandywine Global Investment Management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Tracy Chen는 “시장은 연준이 추세에 뒤처지고 있으며 경제가 연착륙에서 경착륙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우려 중”이라며, “경제가 계속 둔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 미국채는 좋은 매수 기회”라고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연준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은 9월 50bp 인하를 점치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총 90bp 인하 기대가 가격에 반영된 상태다. 이에 따라 분트채 10년물 금리 역시 월요일 9bp 넘게 밀려 1월 초 이래 저점을 경신했다. WisdomTree의 채권 전략 책임자인 Kevin Flanagan는 “시장이 오버슈팅 하고 있다”며 “추가 지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시카고 연은총재 ‘연준, 과잉반응 하지 않을 것’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총재는 시장이 연준보다 훨씬 변동성이 크다며, 고용지표가 한달 나빠졌다고 해서 중앙은행이 과잉반응해서는 안된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CNBC에서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 연체율 증가와 같은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신호가 나왔지만 경제 성장은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월별 고용 수치의 오차 범위가 10만 명으로 과도한 결론을 내리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연준이 9월 회의 전까지 추가 지표를 기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수치가 예상보다 약하지만 아직 경기 침체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경제가 어디로 향할지 미리 내다보고 결정을 내리고 싶어할 것”이라며, “만약 정상에서 급히 떠나게 되면 우리는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되어 더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7월 ISM 서비스 지수는 51.4로 시장 에상보다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경기 침체 우려를 다소 진정시켰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는 노동시장이 둔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연준의 정책 조정이 필요하지만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해선 새로 들어오는 정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연준: 올 2분기 대출 기준 강화한 美은행 비중 줄어
미국 은행 중 올 2분기에 신용 기준이 더욱 엄격해졌다고 보고한 은행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연준이 밝혔다. 은행 대출 관행에 대한 고위 대출 책임자 의견 조사(SLOOS)에 따르면 지난 분기에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 대한 상업 및 산업(C&I) 대출 기준이 엄격해졌다고 보고한 미국 은행의 순 비율은 2022년래 최소치인 7.9%로 낮아졌다. 올 1분기는 15.6%를 기록했었다.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연이은 지역 은행의 부실로 인해 대출 기관들은 전반적으로 2022년 이후 신용 기준을 강화해왔다. 그 결과 높은 차입 비용으로 인해 대출 수요는 정체된 모습이다. 연준은 은행들이 일반적으로 소비자, 특히 서브프라임 신용카드 및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대출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9분기 연속 감소했고, 신용카드와 자동차를 제외한 대출 수요도 약화되었다. 신용카드에 대한 수요는 소폭 증가했다.
▣ 이란 ‘전면전 피하고 싶지만 이스라엘은 처벌’…중동증시 한때 휘청
이란은 지난주 자국 수도에서 하마스의 일인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당한데 대해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전면전만큼은 피하고 싶다는 속내를 비쳤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 지역의 안정과 안보 강화는 침략자를 처벌하고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모험주의에 대한 억지력을 창출함으로써 달성될 것”이라고 월요일 테헤란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란은 국제법의 틀 안에서 이스라엘을 처벌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중동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복과 관련해 미국 자산을 겨냥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범죄를 저지른 범법적인 정권을 지지하는 이는 누구나 그 지지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일요일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화상회의에서 이란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이르면 5일에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확전 우려 속에 이슬라엘 텔아비브증시의 벤치마크 TA-35 지수는 월요일 장중 한때 작년 10월래 최대폭인 3.1% 급락해 올 2월래 저점으로 밀렸다. 이스라엘 셰켈화는 6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가며 장중 달러 대비 1% 가까이 후퇴해 거의 9개월래 최저 수준에서 거래됐다. 사우디 타다울과 튀르키예의 보르사 이스탄불 100 지수 역시 각각 3.7%, 7.1% 급락했다. Tellimer의 주식 전략 리서치 책임자인 Hasnain Malik은 중동내 주요 원유 생산 시설이나 관광지가 이스라엘 및 레바논의 분쟁 지역으로부터 거리가 있다며, 중동 지역이나 글로벌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의 이스라엘-이란 간 공습이 사전에 전달되고 특정 목표를 겨냥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양국간 전면전은 목표가 분명치 않다고 주장했다.
▣ 엔화 급반등에 시장 대혼란…日재무상 ‘주가 하락 큰 관심’
엔화가 7월 저점 대비 약 13%까지 반등을 확대하고 일본 증시 토픽스 지수가 7월 고점 대비 24% 폭락으로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하는 등 일본 금융시장이 월요일 대혼란을 겪었다. 닛케이 평균 변동성 지수는 블룸버그가 2001년부터 해당 자료를 산출한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또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20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인 20.5bp나 급락해 이자 수익에 민감한 은행주로 불똥이 튀면서 일본 3대 은행의 시가총액이 2거래일에 걸쳐 12조 엔(850억 달러) 증발했다. 7월말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엔화의 가치 절상에 가속도가 붙자 ‘슈퍼엔저’ 기조에 의존했던 수많은 투자 전략들이 뒤집히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는 양상이다. 시장에 무리한 충격을 가하지 않으면서 점진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차입 비용을 재조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온 BOJ로서는 씁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Saxo Markets의 통화 전략 책임자 Charu Chanana는 “일본 정책 입안자들이 매우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은 엔화를 죽이는 반면 약간의 긴축 암시만으로도 주식시장이 무너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경기 침체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계속 높아질 경우 현재 142엔대까지 내려온 달러-엔 환율이 조만간 140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고, 이는 일본 증시에 부담을 더할 것으로 내다봤다. AlphaValue의 Pierre-Yves Gauthier는 “모든 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있다”며, BOJ의 금리 인상이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월요일 기자들에게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대내외 시장과 경제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BOJ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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